누군가 농사를 짓는 법이라고 했어요. 정해진 규율에서 조금만 빗나가도 엉망이 되어 버립니다. 생각지 않게 딸린 밭이 넓어
농지원부를 만들고 경영체등록까지 하며 농사를 짓겠다고 덤벼 들었습니다. 기술센터와 면사무소를 찾아다니며 이해가 안되
는 부분은 묻고 또 묻고~
그렇게 자연스레 농사꾼이 되어 버렸습니다.
퇴비 신청 기간이 지나버려 이장님께 부탁해서 마련하고, 로타리치는 것과 멀칭도 이장님께 부탁해서 기계의 힘을 빌렸습니다.
집 추가 공사를 하며 동시에 하는 농사일이다 보니 초저녁이면 잠에 골아 떨어지고 새벽에 눈이 자동으로 떠집니다.
제게는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 난 것이지요. 어르신들께 묻고 자료도 찾아가며 모종을 사 나르고 씨앗도 뿌렸습니다.
고추 모종을 심으며 90센티 간격으로 심으라기에 자로 재가며 띄어심기를 잘 했지요. 며칠 후 함평 아짐께 야단을 들었어요.
"오메. 누구 고추를 이렇게 띄어 심어. 바람불면 다 자빠져 버리는디." 순식간에 동네를 수소문해서 남은 고추 모종을 사다가
사이 사이에 심어 주십니다. 예정보다 서너 배 늘어난 고추땜에 희비가 엇갈리는 요즘입니다. 힘은 들었지만 고추를 말리고
담는 손 맛이 짜릿합니다. 거의 15근 정도 말렸어요. 한포기 허실없이 지금도 붉게 익어 가고 있습니다.
수박농사도 지도를 받으며 열심히 한 결과 실한 것들로 60덩이 따고 지금도 계속 따 먹고 있어요. 이곳에 오며 신세진 분
들께 수박으로 인사 드리고 마을 분들께 드리고, 나누는 기쁨 오지게 누렸습니다. 수박농사 몇 년 지은 사람 같다며 웃으십니다.
추수가 끝난 참깨 밭 사이엔 어르신들 조언대로 팥을 심어 팥꽃이 한창이고 들깨, 콩도 잘 자라고 있어요. 각종 허브종류, 아스파
라거스, 가지, 옥수수, 도라지, 오리, 토마토 등 모종사러 다니는 재미로 장날을 기다렸습니다.
풀 뽑는 것이 너무 힘들어 내년엔 방법을 도모해 보기로 합니다.
먼저 귀농한 친구가 그런 내게 "내가 풀 땜에 5년만에 농사 손 들은 사람이여.ㅎㅎ" 엄청나게 공감 중입니다.
거울을 보다가 시커멓게 그을린 얼굴을 보며 깜짝 놀랍니다. 썬텐제대로 했다 생각합니다.
아직은 농작물이 자라며 커가는 것을 보는 기쁨이 더 큽니다.
#귀농 #농산물
- 다음글 터는 천냥, 이웃은 만냥이랍니다.
- 이전글 귀촌, 첫 삽을 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