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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 딸기랑 24시간 살아요(영암군, 달콤 딸기)
등록일 : 2021-03-10 작성자 : 서울센터 조회수 : 616
사례 및 상세 딸기랑 24시간 살아요(영암군, 달콤 딸기)_2

“첫 수확 때 잊을 수 없는 그 맛, 딸기랑 24시간 살아요”

전남 영암서 딸기 재배 김봉준·이민정 부부

“생각보다 쉽지 않은 딸기, 세심한 관리 중요”

“서로 격려하며 성장, 새로운 적성 찾았단 즐거움 커”


“작년(2019년)엔 철 없는 농업인이었죠(웃음). 딸기 심어 놓고 하우스 안에 나비 날아다니고 이름 모를 곤충도 날아다니는데 ‘예쁘다, 이게 자연과 더불어 사는 농민 생활이구나’ 룰루랄라했죠. 딸기 이파리 구멍 뚫리고 있는 것도 모르고(웃음).”

딸기는 김봉준·이민정 씨 부부의 삶의 활력소다. “딸기가 참 예쁘다”는 말로 아침을 연 부부는 “오늘도 고생했어”라는 격려의 말로 하루 일과를 끝낸다.

전남 영암에서 딸기를 재배하고 있는 두 사람은 2년차 귀농인이다.(재배면적 3210㎡)

13년 직장 생활을 마치고 서울에서 10년 넘게 학원을 운영하던 김 씨는 2016년부터 귀농을 고민했다.

점차 사라지고 줄어드는 친구들. 쓸쓸하고 고독한 도시 생활에 지치던 차 편찮으신 고향에 내려가 아버지를 보살피면서 부모님이 마련한 땅에 농사를 지어보면 어떨까 생각을 하게 됐다.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정보를 찾아보기 시작했어요. 넓은 땅과 기계가 있어야 하는 벼농사보다는 작은 면적에서 내가 원하는 소득을 창출할 수 있는 시설 원예로 눈길이 갔죠.”

그러다 딸기가 눈에 들어왔다. “10년 치 정보를 찾아보니까 매년 가격 수준이 큰 차이가 없더라구요.”

마침 의사로 일하는 매제가 치료한 환자 중 논산에서 딸기를 재배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돼 소개를 받았다. 실제 논산에 찾아가 딸기를 심고 재배하는 과정을 보고, 배울 수 있었다.

귀농을 결심한 뒤 가장 걱정한 건 가족들의 반응이었다. 그동안 가까이 살던 처가와 멀리 떨어지는 등 아내와 가족들의 섭섭함, 서운함이 예상된 것.

하지만 아내 이민정 씨는 오히려 흔쾌히 남편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귀농하겠다고 말하기 전부터 아내가 따로 이런저런 자료를 찾아봤던 것 같아요. 원래는 귀농을 말리려고 필요한 자료를 찾아본 것 같은데(웃음), 그러다 말 꺼내니 흔쾌히 받아 들여줘서 놀랍기도 하고 고마웠죠.”

2018년 10월 김 씨는 아버지를 모시고 고향 영암으로 왔다. 중학교를 마치고 영암을 떠난 때로부터 36년 만에 귀향이었다.

딸기 재배를 위한 하우스를 짓는 일부터 시작했다. 업체를 알아보고, 영암군 등 지자체에서 귀농과 관련해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있는지도 알아봤다.

2019년 봄부터 땅을 평탄하게 만드는 작업을 하고 5월 골조를 세우고 비닐을 씌웠다.

딸기를 심기 시작한 건 그해 8월이었다.

딸기 농사는 보통 14개월을 본다. 육묘부터 생각하면 ‘딸기런너(줄기)’를 10월쯤 받아 육묘동에 심어 8개월여 뒤 재배용 모종을 받아 심는 과정을 거친다.

8월에 모종을 심으면 9월쯤 꽃이 피고, 11월초쯤 열매가 맺힌다. 이를 시작으로 5~6차례에 걸쳐 수확을 한다.

김 씨는 앞서 인연을 맺은 논산 딸기 농가로부터 모종을 제공받아 바로 심고, 재배를 할 수 있었다.

“비닐하우스 세우는 일이 정말 힘들었어요. 그래도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게 당연히 힘든 거 아니겠나 하고 각오는 했죠. 아는 게 너무 없었기 때문에 앞으로 닥쳐올 일이 뭐가 있는지도 모르니까. 무식하면 용감하다고(웃음). 그냥 했던 시기죠.”

당시 영암에 딸기 재배 경험이 많은 농가도 없어 뭘 물어보면서 하기도 여의치 않았다.

몰라서 발생한 문제가 많았다.

“나중에 뭔가 이상해서 봤더니 ‘응애’라는 병충해가 생긴 거예요. 이게 확대경으로 봐야 보이는데, 영암군 농업기술센터에서 와서 ‘응애가 많은 데 왜 약을 안 하세요’라고 말해주기 전까지 그게 온 지도 몰랐어요.”

딸기 꽃도 제때 따주지 못했다.

“작년(2019년)에는 딸기 꽃이 너무 예뻐서 주렁주렁 달아놨어요. 꽃이 너무 예쁘니까 따기 아깝더라구요. 그랬다가 나중에 고생 좀 했죠.” 이민정 씨의 말이다.

두 사람은 이때를 떠올리면 아직도 “아찔하다”고 했다.

첫 수확. 1㎏ 스티로폼 박스 23상자가 나왔다.

김 씨는 영암 친구들을 불러 잔치를 했다.

“그때 딸기가 제일 맛있었어요. 친구들도 ‘그렇게 맛있는 딸기는 처음 먹어봤다’고. 하나를 먹으면 나도 모르게 다시 손이 가는. 너무 맛있어서 몇 박스 따놓은 게 금방 없어졌어요. 그래서 숨겨 놓은 거까지 다 꺼내서 먹었죠.”

두 사람 역시 그때 딸기 맛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딸기 판매는 주로 공판장을 통하고 있다. 온전히 둘이서 딸기 농사를 하다보니 직거래 등 다른 시도를 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탓이다.

공판장에선 ‘첫 번째 벽’을 경험했다.

“수확해서 공판장을 가지고 갔을 때 정말 맛은 좋았어요. 그런데 크기가 작아서 공판장의 중개인들의 반응이 썩 좋지는 않았어요. 딸기를 (스티로폼 상자에)담는 것도 열을 맞추고 예쁘게 담아야 상품성을 높게 쳐주더라구요.”

첫 수확 때 병충해나 꽃, 이파리 등을 제대로 관리해주지 못한 탓에 작았던 크기가 문제가 된 것이다.

“논산에서 1년간 배우면서 ‘이 정도는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해보니까 남의 것을 하는 것과 내 것을 하는 건 완전히 다른 문제였어요.”

만만치 않은 현실을 경험했다. 무식하고 용감한 ‘철없는 농업인’은 “2년 차가 되자 딸기는 심는 게 두려워졌다”고 고백했다.

다행인 건 ‘위기’ 때마다 구원자가 나타나줬다는 것이다. 자칫 방치할 뻔했던 ‘응애’를 농업기술센터에서 알려줘 뒤늦게라도 대처할 수 있었고, 딸기 열매 크기와 포장 문제도 우연인지 운명인지 도움을 주는 사람이 나타났다.

최근엔 농업기술센터를 통해 전남대 이정현 교수를 소개 받아 컨설팅을 받은 건 가장 큰 전환점이 됐다.

김 씨 부부는 스마트 팜 시설을 통해 딸기를 재배하고 있는데 이정현 교수가 방향성을 잡아줘 적절한 재배 환경을 맞출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그랬지만 지금도 배워가면서 한다고 생각해요.”

이제는 아무리 예뻐도 꽃을 따고, 하우스 안에 곤충이 날아다니는 걸 결코 허락치 않는다.

“올해는 벌레에 먹힌 딸기가 없어요.” 이민정 씨의 말.

자체적으로 딸기 크기에 맞춰 포장하는 ‘공식’도 개발했다.

주변에선 딸기 농사를 한다고 하니 걱정하는 시선도 많았던 게 사실이다.

그만큼 딸기 농사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부분 사람들은 딸기를 심어 놓으면 알아서 크고, 따기만 하면 되는 걸로 알아요. 하지만 심는 순간부터 여기를 떠날 수 없어요. 날마다 들어가서 잎을 따줘야 하고, 런너도 한 줄기에서 수도 없이 나오는 데 그것도 따줘야 하고. 이파리도 너무 많이 두면 병충해 원인이 되니까 관리를 해줘야 하고. 꽃도 꽃대 하나당 20까지 피는데 이것도 6~9개 정도만 남도록 따줘야 해요. 자거 먹고 그런 시간 배놓고는 계속 딸기를 관리해야 하는 거죠.”

김 씨는 딸기 농사를 한 마디로 “24시간 딸기하고 같이 살아야 하는 것”이라고 정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부는 지친 기색이 없다.

이는 아내 이민정 씨의 공이 상당하다.

“사실 처음엔 걱정을 많이 했죠. 내려와서 힘들 거 같아서. 그런데 해보니까 너무 좋아요. 하우스에서 나오기가 싫은 거예요. 일하는 거 자체가 너무 좋고, 딸기들 보는 게 너무 좋고 만족스러워요.”

어느 날 이 씨는 남편에 이렇게 말했다고. “고마워. 나의 숨겨진 적성을 찾아줘서.”

귀농을 가장 반대할 줄 알았던 아내로부터 오히려 힘을 얻는 김 씨다.

지난해 매출액은 7000만 원 정도(2019년 생산량 11톤). 기대보단 적었다. 아무래도 처음이다보니 놓치고 실수한 것들이 많았다.

부부는 이를 경험 삼아 더 크고 맛있는 딸기를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다.

“욕심을 부리기 보다는 지금 상태에서 생산량을 최대로 끌어내 품질을 높여야죠. 딸기 한 본당 1㎏로 따는 게 목표입니다. 아직 달성한 분을 못 본 거 같은데 작년에 한 줄당 500g 정도 했거든요. 일단 700g까지 도전해보려고 해요.”

2020년에는 다른 농가에 비해 한 달 정도 먼저 수확을 시작해 실적이 나아기도 했다.

부부가 재배한 딸기는 ‘달콤 딸기’라는 이름으로 판매 중이다. 가족들을 대상으로 공모를 통해 정한 이름이다.

이 이름처럼 크고 맛 좋은 딸기를 만드는 게 부부의 가장 큰 목표다.

“어떤 작물은 주인 발자국 소리를 듣고 산다. 내려올 때 첫 번째 어머니가 해주신 이야기였죠. 그게 진짜 맞더라구요. 내가 많이 갔던 곳의 딸기가 더 좋아요. 크는 것도 그렇고. 더 열심히 정성스럽게 관리해 첫 수확 때처럼 맛있고 크기도 큰 딸기를 만들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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