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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사례

서브비주얼
귀촌 재밌는 일들이 벌어지는 시골동네 사랑방(보성군, 카페 아즘찬이)
등록일 : 2021-02-09 작성자 : 서울센터 조회수 : 555
사례 및 상세 재밌는 일들이 벌어지는 시골동네 사랑방(보성군, 카페 아즘찬이)_2



재밌는 일들이 벌어지는 시골동네 사랑방


벌교 가정식 슬로우 카페 ‘아즘찬이’ 주인장 이현준 씨

한적한 읍내 골목길 한 카페서 부침개 냄새가 풍겨 나온다.

더불어 사람들의 두런두런 이야기소리, 웃음소리도 새어 나온다.

책을 서로 낭독하고 이야기하고 음식도 나눈다. 한 쪽에선 몇몇 사람들이 기타를 배우며 노래를 부른다.


비가 내렸던 어떤 봄날 벌교읍에 자리한 카페 아즘찬이의 풍경.


 

    < 아즘찬이 카페에서 기타배우기 모임을 진행하고 있는 보습과  일일농부장터 열린날의 모습>


이날 카페 아즘찬이에선 책읽기 모임과 물물교환 장터, 기타배우기 모임이 이뤄졌다.

작은 시골 동네 카페서 제법 많은 일들이 일어난다.


‘친환경 슬로우카페’라는 수식어가 붙은 카페 아즘찬이는 지난 2018년 11월 문을 열었다.

주인장인 이현준(48) 씨가 서울 직장을 정리하고 부모님 고향인 전라도로 귀촌한 건 2010년.

농사일에다 카페라는 다른 일을 하나 더 벌인 셈이다.

“인생의 무상함을 느끼고 귀농했다고 할까요. 하하”


전자 관련 제품을 수출하는 한 기업에서 해외 영업파트일을 담당했던 이 씨는 도시에서의 삶이 아닌 다른 삶을 꿈꾸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의 일을 해주고 월급을 받는 데서 보람을 느끼기 힘들었어요. 이렇게 계속 급여생활자로 살아야하나. 그러다가 해외여행을 통해 처음 시골 생활을 접하는 경험을 하게 됐어요. 하루 5시간 농가에서 노동력을 제공하고 숙식을 제공받는 WWOOFF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해외에서 시골생활을 체험한 거죠. 그 경험이 생태적 감성적 변화를 가져왔어요. 시골에서의 삶도 가능하겠구나 생각하게 했죠.”


이 씨는 전국귀농운동본부에서 하는 생태귀농학교를 통해 본격적인 귀농준비에 들어갔고, 어머니의 고향인 곡성에서 첫 귀농생활을 시도했다.


     

     <카페 아즘찬이 내외부 모습> 


     

     <카페 아즘찬이 주인장 이현준씨와 그가 손님들을 위해 준비해놓은 좋은책들>


농사 말고도 할 수 있는 것 많다

누구나 그렇듯 정착하기까지 쉽지는 않았다.

200평 마을 땅을 빌려 농사를 지었다. 다품종 소량생산이라 팔 수는 없었다.

저축한 돈을 까먹으면서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갔다.



꼭 농사일이 아니더라도 시골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생각보다 많아요. 

면사무소와 우체국에서 아르바이트 일을 하기도 했고. 

통계조사일도 했고, 집짓는 현장에서 조수일도 했고요. 

사실 농촌 거의 대부분이 농사일 말고 다른 일을 병행하는 경우가 많아요. 

농가 외 소득 비율이 높아요.


이 씨 역시 현재는 농사일도 하고 카페일도 한다.

순천 송광면에 자리 잡고 5마지기 규모의 농사를 짓다가 자동차로 20분 거리의 벌교읍에 카페 공간을 열었으니 말이다.


“저 같은 경우에 돈을 벌기 위해 귀촌, 귀농한 게 아니라 생태적 삶을 살아보고자 귀농귀촌을 한 거죠. 자연을 덜 해치면서 사는 방법을 배우는 과정이죠. 돈은 적게 벌어요. 대신 적게 쓰면 별 어려움은 없어요.”


그가 느끼는 도시 생활과 시골 생활의 차이는 뭘까.

“도시는 편리하긴 해도 인구밀도가 높아 삶의 질이 떨어졌어요. 같은 이유로 시골은 편리함은 없지만 대신 삶의 질이 높아요. 사람들 간의 관계도 도시에선 일회적이고 피상적이었다면 여긴 더 따뜻해요.”


     

     <아즘찬이 카페에서 녹생평론 읽기 모임 운영모습 과  인디콘서트 진행 모습>


     

     <여성의날 공동판화 작업 진행 등 다양한 행사들이 카페 아즘찬이에서 운영중이다>


소통하고 교류하는 주민 공동체 공간 꿈꿔

농사가 주된 일이지만 카페 아즘찬이 역시 그가 의욕을 부리는 곳이다.

“근거리에 카페 공간이 없어요. 지역 주민들과도 소통하고 만날 수 있는 곳이 있으면 좋겠다는 단순한 생각으로 카페를 열었어요. 차와 음료 판매만 하지 않고 사람들이 모여서 뭔가를 하시겠다고 하면 공간을 내 드립니다. 의외로 모임이나 활동할 수 있는 공간들이 없어요.”


이 씨가 농사일 외에 카페 공간을 연 이유다.

물론 카페로 돈벌이는 어렵다. 월세가 높진 않지만 유지하기가 빠듯하다.


“공동체 공간이 없어지는 게 아쉬워서 카페 유지는 하고 있어요. 돈이 아니라 다른 즐거움 때문에 유지하고 있는 거죠.”


그럼에도 카페 아즘찬이는 돈벌이 빼고 “성업” 중이다.

다양한 일들이 일어난다. 기타 배우기 모임, 녹색평론 읽기모임 , 우쿨렐레 배우기 모임, 잡지 ‘전라도닷컴’ 읽기 모임, 함께 영화 보는 모임, 수제 맥주 만들기, 주민 드로잉 모임 등…. 서로 모여 가르치고 배우고, 생각을 나누는 모임들로 북적인다. 배우는 사람도 동네 주민, 가르치는 사람도 동네주민이다. 수강료 같은 건 없다.


저 멀리 외국에서도 카페 아즘찬이를 찾는다.

세계 배낭여행자들의 네트워크 ‘카우치 서핑(CouchSurfing)’의 회원인 ‘아즘찬이’에는 외국인 여행자들이 찾아와 묵으며 사람들과 교류하기도 한다.


카페 아즘찬이는 “자연을 덜 해치면서 살고자 하는” 주인장의 철학대로 운영된다.

“플라스틱 컵을 세상에 뿌리면서 장사를 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테이크 아웃 판매는 하지 않는다.

재활용 자재들로 카페 안팎을 꾸미고 정직한 식재료로 먹을거리를 만들어 판다.

좋은 잡지는 여럿이 볼 수 있도록 꽂아두고, 꼭 읽어봤으면 하는 책은 근처 도서관에서 빌려서라도 비치해둔다.


“지금은 개인사업자 신분으로 카페를 운영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주민이 공동으로 관리하는 공간으로 바뀌었으면 좋겠어요. 지역마다 시골 어느 곳이나 아즘찬이 같은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다가오는 새해엔 카페 아즘찬이도, 그의 농사일에도 변화가 생길 예정이다.

뜻을 같이 할 수 있는 ‘이웃’이 이 씨가 있는 곳으로 ‘귀농’을 온다.

그 이웃과 공동 농사를 지을 계획이다.

새로 올 이웃은 카페 아즘찬이 안에 샵인샵 형태로 작은 서점을 운영할 예정이다.


“함께 해볼 수 있는 일들을 시작할 겁니다.”


카페 아즘찬이가 발신하는 건강한 메시지들이 조금씩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모이게 하는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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