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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은 자기 삶의 터닝포인트 (함평 이리네농장 최정일)
등록일 : 2021-01-06 작성자 : 서울센터 조회수 : 357
사례 및 상세 귀농은 자기 삶의 터닝포인트 (함평 이리네농장 최정일)_2



푸른 잎사귀들이 가득 채워진 비닐하우스. 백향과가 동글동글 매달려 있다. 나무 테라스가 깔끔하다. 

함평 이리네농장 ‘백향과 비닐하우스 까페’이다. 백향과쨈, 백향과청 만들기 체험도 진행된다. 

농장주인 최정일(47) 씨는 “농부들 커뮤니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곳이다.

 까페처럼 백향과 차 한 잔 마시러 오기도 하고, 아내 친구들도 오고…. 사람들이 모이니까, 농장에 활기도 있고 농사짓는 즐거움도 더 있다”고 말한다.



               


2011년 4월, 인천에서 자영업을 하던 그는 가게를 접고 함평으로 내려왔다. 

장모님이 폐암 선고를 받았다. 아내도 암 수술만 두 차례. 귀농 목적이 아니라 “아내와 장모님 건강만 생각했다. 공기 맑은 곳에서 마음 편하게 지낼 수 있는 곳을 찾았다.” 

함평은 장모님의 고향. 낚시가 취미였던 그는 취미생활로 이곳을 찾았었다. 이곳저곳을 다녔던 곳 가운데 가장 편안한 곳이었다. 

함평으로 거처를 옮기고 1년 동안은 아내와 많은 시간을 보냈다. 

산책을 하고, 그림 그리는 아내를 위해 화방을 만들고, 나물을 함께 캐고…. 

시골에서 찬찬히 머무는 시간, 아무것도 한 게 없는 것 같지만 실질적으로 논과 들을 살피며, 농촌사회를 경험하며, 앞으로 무엇을 할지, 고민하는 시간이었다. 

그래서 그는 귀농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무작정 귀농’을 말린다. 

머릿속 계획과 일상생활은 차이가 많다. “귀농사업에 미리 농촌에서 생활해보는 프로그램도 있다. 

귀농을 바로 시작하는 것보다, 이런 프로그램 등을 활용해서 농촌생활을 경험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본인에게 맞는지 알아보고 또 생활하면서 지역사람들과 사귀면서 계획한 일에 대해 이야기해보는 것이 좋다.”



               


2013년 농사에 뛰어들었다. 첫 작물은 미니밤호박. 

지역 농업기술센터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도움을 받고,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 시작했다. 

어려운 문제가 생기면, 마음 편하게 조언을 구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어, 밤호박 농사는 순조롭게 진행됐다. 단맛도 강하고 모양새도 예뻤다. 농부들에게 ‘칭찬’을 받았다. 

일차 판매는 살면서 인연을 맺었던 사람들. 그들의 전화번호. “소식도 주고받고 ‘강매’도 하고. 하하. 주위 사람들 소개도 해주고.” 

직접 농사지은 농산물은 사람들과 어울려 사는 재미를 만들어주는 촉매역할도 됐다. 수확하는 기쁨, 농사짓는 즐거움을 알았다.



               


미니밤호박은 이리네 농장매출 1위 작물. 

그러나 지금 그는 또 다른 매력을 키워가고 있다. 백향과이다. 

“백향과 농장을 견학했는데 사실 내 입맛에는 맞지 않았다. 그런데 아내가 여성들에게는 매력적인 맛이라고 적극적으로 해보자고 했다.” 

백향과 농사의 장점은 서서 일할 수 있다는 점도 있었다. 농사는 몸으로 하는 노동, 작업 여건을 따지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백향과는 여름과 겨울, 두 번 수확한다. 애정이 넘쳐난다. 

“여름 백향과는 꼭 한 번 맛봐야 한다. 오묘한 신맛과 함께 단맛이 매우 강하다. 그래서 100%의 생과로 판매된다. 요즘 까페에서 백향과차가 많이 나오는데 대부분 수입산을 쓴다. 국내에서 생산된 백향과 맛을 보면 백향과를 구입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백향과는 열대과일 중에서도 맛있기로 소문난 과일. 국내산 백향과의 풍미가 우수한 것은 우리나라의 기후 덕분이기도 하다. 

열대과일을 온실 재배할 경우 한국의 일교차, 온도, 습도 등이 훨씬 맛과 향을 뛰어나게 한다는 것. 그 대표적인 농작물이 백향과이다. 

수입되는 백향과 가격이 너무 싸, 어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월등한 맛 차이 때문에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


 

               


농산물을 생산하고, 판로를 만들고, 가공생산하고.

최정일 씨는 그동안 경험을 토대로 생산, 가공, 판매 등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는 시스템을 고민하고 구상했다. 

2015년 지역 농가와 함께 구상을 현실로 실현해냈다. 우슬, 노루궁뎅이버섯, 샤인머스켓, 양파, 들깨 농장이 모여 “제대로 해보자”고 ‘청춘영농조합법인’을 설립했다.

한 조합이 무상으로 내놓은 땅에 작은 가공공장을 세웠다. 

농부가 직접 농사지은 농산물로 제대로 된 가공식품을 만드는 것. 들기름, 백향과청, 우슬분말 등이 생산된다. 

“내가 지은 농산물이기 때문에 어떤 시기에 수확해 식품을 만들어야 좋은지 등 가공식품도 농부가 참여했을 때 우수한 제품이 생산될 수 있다.” 

쇼핑몰(cheongchunfarm.modoo.at)도 구축했다. 카드결제, 소비자 관리, 매출관리가 이뤄졌다.

청춘영농조합법인 설립 이후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농산물 판매가 쑥쑥 이뤄지고 있는 것.

농가가 모인다는 것은 소비자를 한데 묶어내는 일이기도 한 것. 

“다섯 농가가 각자 소비자를 가지고 있었다. 조합을 설립하며 각자의 소비자를 청춘영농조합법인 소비자로 묶어냈다. 한 농가의 소비자가 다섯 배로 늘어난 것이다. 농가에서는 다른 농가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때문에 청춘영농조합법인에 가장 좋은 농산물을 내놓는다. 소비자와의 신뢰가 쌓여, 버섯이든 들깨든 판매가 되고 있다.”

청춘영농조합법인 조합원들에게는 공통된 철칙을 공유하고 있다. ‘욕심내지 말자’가 하나. 

“크게 성공하기보다 단단한 조합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하나씩 제대로 해나가며 서로 도우면서 함께 사는 즐거움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돈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농사를 지속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내고, 재밌게 농사를 지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최정일 씨의 후회는 “좀 더 빨리 귀농을 했으면…” 하는 것. 37살에 귀농했다. 

자리를 잡기까지 4년 정도가 걸린 것 같다고 한다. 

그가 ‘조기 귀농’을 얘기하는 것은 농사가 지닌 ‘당연한’ 특성 때문이다. 

“농사는 ‘일 년’이다. 어떤 작물을 하더라도 ‘일 년’이 걸린다. 성공을 하든, 실패를 하든, 일 년의 시간을 소비해야 한다. 예를 들어 농사의 달인이 되려면 최소 20년이 걸릴 것이다. 젊었을 때 빨리 시작할수록 좋은 것이다.”



               


귀농에 있어 중요한 덕목으로 꼽는 것이 ‘여유’이다. 

‘억대 농부’를 꿈꾸지 마라는 것. “농부들이 흔하게 하는 말로 ‘농사일은 죽어야 끝난다’는 말이 있다. 진짜 그렇다. 

농사일은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일이다. 많은 돈을 벌기 위해 농사를 늘이면 그만큼 해야 할 일이 많아진다. 

잠 못 자고 해야 한다. 즐거운 삶이 아니라 그냥 고된 삶이 된다.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여유 있게 농사지을 수 있어야, 마케팅 판로개척 등도 고민할 수 있고, 사람들과 사귀며 농사정보를 얻고 진정한 보람도 느낄 수 있다.”

귀농은 어쩌면 자기 삶의 ‘터닝포인트’가 될 수도 있다는 것. 

자기 삶에 새로운 즐거움, 기쁨, 보람을 만들어내는 일이라는 것. 농사로, 농부들과의 교류로, 마을사업으로, 지역사회에 참여하며 함께 하는 것으로, 자신의 행복을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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