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서 먼저 귀향한 형님 댁에 놀러 왔다가 이 곳 마을과 주변 경관에 반한 전 주인은 주민들로부터 땅을 사들여 농장과 주택, 창고, 저온창고, 태양광 시설 등을 갖추고 석류를 재배했습니다. 이후 석류 농사에 어려움을 겪어 키위로 작목을 바꾸었지만, 약 3년 뒤인 2015년 폐암이 발병해 농사를 이어가기 어려워지면서 농장을 매물로 내놓았습니다. 당시 저는 서울에 살고 있었는데 동생이 전화로 이 농장과 새로 지은 집의 경관이 너무 좋다며 제게 구매를 권했습니다. 마침 아내가 명예퇴직하며 받은 퇴직금이 있었고, 저 역시 은퇴 후의 삶을 고민하던 때라 밤새 생각한 끝에 다음 날 새벽 서울에서 출발해 바로 계약했습니다. 퇴직 무렵 은퇴 후 소일거리를 고민하면서 먼 객지에서 일하며 건강을 해치거나, 다시 조직에 들어가 눈치를 보며 월급생활을 하기보다는 소박하게 농사를 지으며 마음 편히 사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귀농을 선택했습니다. 귀농 후 가장 먼저 배운 점은 작물을 심기 전에 재배 적지를 꼼꼼히 살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키위는 물 빠짐이 중요하지만, 전 주인과 저 모두 이 점을 충분히 검토하지 못했습니다. 이 농장은 원래 물이 많이 나는 계곡 지형의 논이었고, 이를 밭으로 개간해 과수원으로 만든 곳이었습니다. 비가 오면 땅이 질척거리고, 마르면 돌처럼 단단해져 키위 재배에 적합하지 않은 조건이었습니다. 농장을 인수한 뒤 입주하기 전까지는 인근에 사는 형님이 나무를 돌봐 주셨습니다. 계약한 해 겨울에 가지치기를 하던 중 나무의 80% 이상이 죽어 가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이듬해 봄부터 매년 새 묘목을 심어 보충했지만, 보식한 나무도 열매를 달기 시작하는 3~4년 뒤 다시 죽는 일이 반복됐습니다. 키위나무는 습해에 약한데도 기존 농장은 노지 방풍망 시설이어서 비가 오면 물이 고였습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보조금 지원을 받아 비가림 시설을 설치하고, 마사토가 섞인 흙을 가져와 나무 주변을 높였습니다. 2020년 무렵 습해에 강한 바운티71 대목이 도입되면서 신품종 묘목으로 다시 보식했고, 그때부터 나무가 점차 안정화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도 매년 필요한 곳에 신품종 묘목을 보식하고 있습니다. 이 곳 농장은 약 2,000평 규모이며 골드키위와 그린키위를 절반씩 재배합니다. 두 품종의 작업 시기가 달라 노동력을 분산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나누어 심었습니다. 수확 후 낙엽이 지면 12월부터 열매를 맺었던 가지를 잘라내고, 새로 자란 결과모지 즉 열매밑가지를 덕 위에 유인해 묶는 겨울 전정을 시작합니다. 1~2월에는 퇴비와 밑거름을 주고, 나무에 물이 오르기 전인 3월에는 기계유제로 동계방제를 합니다. 4월에는 결과모지에서 새순이 나오기 시작하므로 순 솎기와 순 누르기, 제로 전정 등을 하고 꽃망울이 생기면 측과를 제거합니다. 5월에는 레드·골드·그린 순으로 꽃이 피며, 품종별 개화 시기에 맞춰 약 10일 간격으로 인공수분을 합니다. 6월에는 적과와 도장지 즉 웃자란 가지 제거를 진행합니다. 6월부터 9월까지는 병해충 방제와 제초를 주로 하며, 품질 좋은 과일을 생산하기 위해 필요한 시기에 영양제와 수용성 비료를 살포합니다. 여름에는 덩굴식물인 키위 가지가 서로 꼬이지 않고 햇빛을 고르게 받을 수 있도록 수시로 여름 전정을 합니다. 수확은 레드키위가 10월 초순, 골드키위가 10월 중·하순, 그린키위가 11월 초·중순 순으로 진행됩니다. 당도와 건물중, 색도 등을 확인해 수확일을 정하고, 많은 인력을 투입해 수확한 뒤 저온창고에 바로 보관합니다. 저희 부부는 퇴직금과 월세, 태양광 소득, 기타 부업 등으로 비교적 여유 있는 귀농 여건을 갖추고 있었지만, 농업에서도 지속적인 수입을 만들지 못하면 귀농 생활을 이어가기 어렵다고 생각했습니다. 저희는 농사 경험이 부족했기 때문에 여러 작물을 동시에 재배하기보다는 키위 재배에 집중하고, 키위와 관련된 부가수익을 늘리는 방향으로 노력했습니다. 키위는 다른 작물보다 수익성이 좋은 편이고 영농조합을 통해 판로를 확보하고 있지만, 도매가격으로 판매하는 방식만으로는 만족스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지난해부터 온라인 판매를 시작해 고흥몰과 남도장터에 입점했고, 우체국쇼핑과 네이버쇼핑 등을 통해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올해부터는 로컬푸드에도 납품하고 온라인 선물세트도 출시해 개인 판매를 늘릴 계획입니다. 귀농 초기 2년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습니다. 노후 대책과 앞으로의 직업을 고민해야 했고, 영농 경험도 부족했으며, 농촌 생활에도 적응해야 했습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살이 빠지고 부부싸움을 자주 했던 기억도 있습니다. 그래도 지금은 어느 정도 적응해 바쁜 일상 속에서 작은 즐거움을 찾고 있습니다. 점심 식사 후 잠깐씩 쉬기도 하고 작은영화관이나 해수녹차탕을 찾기도 합니다. 귀농인이 자기 자금만으로 농업 기반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지원제도가 있어도 정보를 알지 못해 필요한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고흥군청 공지사항을 수시로 확인하고 면사무소를 찾아 상담하면서 필요한 지원을 알아보려고 노력했습니다. 온라인 판매를 시작한 뒤에는 고흥몰과 남도장터 입점을 통해 비교적 낮은 수수료로 판매할 수 있었고, 상품 상세페이지 제작과 할인행사 지원도 받았습니다. 로컬푸드 납품을 통해 새로운 판매 경로도 확보했습니다. 귀농을 준비하는 분들께는 지원제도를 기다리기보다 군청과 면사무소의 공고를 자주 확인하고, 담당자와 직접 상담해 본인에게 해당하는 사업과 신청 시기를 미리 파악하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돌이켜보면 귀농은 단순히 도시를 떠나 시골에서 사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재배 적지를 충분히 살피지 못해 나무가 반복해서 죽는 시행착오를 겪었고, 농사와 판매를 함께 고민해야 했으며, 새로운 공동체에 적응하는 데도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반면 농장과 작물에 대해 배우고, 지원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온라인 판매와 꽃가루·묘목 판매 등으로 수익원을 다변화하고, 마을 주민들과 꾸준히 관계를 맺으면서 조금씩 자리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퇴직 후 전 직장과 관련된 일을 이어가기 보다 귀농해 키위 농사를 선택한 것이 참 잘한 결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귀농을 준비하는 분들도 농장과 작물의 조건을 충분히 살피고, 수입 구조와 판로를 미리 고민하며, 지역사회와 함께 살아갈 준비를 한다면 시행착오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