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서 오랜 세월 직장과 가족을 위해 바쁘게 살아온 어느 순간 물질적 풍요만으로는 진정한 행복을 얻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자동차와 아파트를 소유하고 사회가 정한 성공의 기준에 맞춰 살아왔지만, 반복되는 일상과 치열한 경쟁 속에서 자연과 멀어지고 가족과의 대화마저 줄어들면서 삶의 공허함은 점점 커져 갔다. 타인의 기준이 아닌 자신만의 행복을 찾아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로 결심했다.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소박한 일상을 꿈꾸며 귀촌을 준비했고, 그 첫걸음으로 고흥군의 ‘고흥에서 두 달 살아보기’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고흥에서 두 달 살아보기는 막연하게 꿈꾸던 귀촌 생활을 구체적으로 경험하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되었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참여자들과 함께 편백치유의숲, 연홍도, 분청사기박물관 등 고흥의 다양한 관광·문화자원을 둘러보았으며, 선배 귀촌인들의 농업 현장과 사업장을 방문해 지역에서 살아가는 현실적인 모습도 살펴보았다. 목공 수업을 통해 직접 탁자와 쉘터를 만들어 보고, 마을 어르신들을 찾아뵙고 이야기를 나누며 지역 봉사활동에도 참여했다. 자연에서 얻은 나물을 함께 요리하고 음식을 나누는 과정에서는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는 즐거움을 발견했다. 서로 다른 성향을 가진 참여자들과 생활하면서 타인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법도 배울 수 있었다. 두 달 살아보기 체험이 끝난 뒤 다른 참여자들이 각자의 생활 터전으로 돌아갔지만, 고흥에 남아 정착을 위한 도전을 이어갔다. 나로도에 직장을 구해 경제적인 기반을 마련하고, 직장과 가까운 주거지를 찾으며 본격적인 귀촌 생활을 시작했다. 처음 선택한 집은 봉래산 계곡과 예내바다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곳이었다. 그러나 집중호우로 계곡이 범람하고 주택 주변의 축대와 도로가 무너지는 등 예상치 못한 자연재해를 두 차례 겪으면서 안전한 주거 공간의 중요성을 절실히 깨달았다. 결국 이사를 결정했지만, 이미 정이 든 예내마을을 떠나고 싶지 않았던 적합한 집을 찾는 일은 쉽지 않았다. 이때 큰 힘이 되어 준 것은 마을 주민들의 관심과 배려였다. 사정을 알게 된 마을 어르신이 빈집을 알아봐 주었고, 덕분에 예내마을의 전통 한옥인 우주산장 별채에 거주할 기회를 얻었다. 주거 문제로 정착을 포기할 뻔한 순간, 지역 주민과의 신뢰 관계가 새로운 해결책이 된 것이다. 직접 한지 벽지를 바르고 전등을 교체하며 마당과 화단을 정비하는 등 집을 하나씩 가꾸어 나갔다. 단순히 거주할 공간을 얻는 것을 넘어, 오랫동안 머물고 싶은 삶의 터전을 스스로 만들어 갔다. 귀촌 생활에서 가장 큰 변화는 마을 주민들과의 관계였다. 처음에는 낯선 외지인으로서 어색함과 서먹함을 느꼈지만, 먼저 인사를 건네고 마을 행사에 참여하며 조금씩 이웃의 일원이 되어 갔다. 마을 주민들에게 롤케이크와 과일을 나누며 집들이 인사를 드렸고, 이웃 어르신들의 유자 수확을 돕거나 농작물 관리에 힘을 보태기도 했다. 주민들이 건네는 물미역과 유자청, 텃밭의 채소는 단순한 먹거리를 넘어 서로의 정을 나누는 매개가 되었다. 역시 이웃과 음식을 나누고 필요한 일을 함께하며 받은 배려를 다시 돌려주었다. 이러한 일상 속에서 마을은 더 이상 낯선 정착지가 아니었다. 주민들은 가족처럼 챙겨 주었고, 마을 어르신들을 부모님처럼 여기며 자연스럽게 공동체의 일원으로 자리 잡았다. 고흥에서 경험한 행복을 자신만의 추억으로 남기는 데 그치지 않고, 다른 사람들과 나누기 위해 유튜브에 나로도 생활 영상을 제작해 게시하기 시작했다. 앞으로는 마을의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마을 주민들의 삶과 목소리를 영상으로 남기고, 사진과 글을 활용한 마을 기록집도 제작할 계획이다. 고령의 주민들이 살아온 이야기와 마을의 풍경을 기록해 지역의 소중한 문화와 공동체 가치를 보존하고, 고향을 떠나 생활하는 주민들에게도 마을 소식을 전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