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부는 나이가 들면 공기 좋고 경치 좋은 곳에서 건강하고 여유로운 노후를 보내자는 뜻을 모아 귀농·귀촌을 준비했다. 먼저 귀농·귀촌 교육을 받으며 필요한 정보를 익히고, 여러 지역을 직접 둘러보며 살 곳을 찾았다. 그러던 중 산과 바다, 넓은 들이 어우러지고 기후가 온화한 고흥에 마음이 끌렸다. 그렇게 아무런 연고도 없던 고흥 두원의 한 마을에 보금자리를 마련하고 인생 2막을 시작했다. 처음 만난 집은 오래된 농가주택이라 수리할 곳이 많았다. 고심 끝에 집을 새로 짓고 마당에는 잔디와 꽃나무를 심었다. 오랫동안 묵혀 있던 밭에도 퇴비를 넣고 땅을 일구어 텃밭을 만들었다. 농사 경험이 부족했던 우리 부부는 농업기술센터 영농교육과 재배 자료를 통해 농사법을 배우며 고추, 마늘, 감자, 상추, 토마토 등 다양한 작물을 재배했다. 첫해에는 고추 300주를 심어 고춧가루 120근을 수확하는 기쁨도 누렸다. 직접 농사를 지어보니 농작물을 키우는 데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 비용이 필요한지 실감할 수 있었고, 농민들의 수고와 농업의 가치를 새롭게 이해하게 되었다. 귀촌 초기에는 마을 주민들과 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어려움도 있었다. 하지만 우리 부부는 먼저 인사하고, 어르신들이 병원이나 읍내에 가실 때 차로 모셔다드리는 등 작은 배려부터 실천했다. 텃밭에서 수확한 농산물을 이웃과 나누고 마을 공동 작업과 애경사에도 적극 참여했다. 이러한 노력은 조금씩 신뢰로 이어졌고, 남편은 귀촌한 지 약 3개월 만에 주민들의 권유로 마을 이장을 맡았다. 이장으로 활동하면서 면사무소와 군청을 찾아다니며 마을의 불편 사항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장직을 내려놓은 뒤에도 우리 부부는 각자의 경험과 전공을 살려 교육 프로그램 강사로 활동하고, 남편은 마을 어르신들에게 한글을 가르치는 문해교실에도 참여하며 지역사회와의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우리 부부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또 하나의 가치는 환경 보호와 자원 절약이다. 농사를 지으며 발생하는 폐비닐과 생활 쓰레기의 올바른 처리에 관심을 기울였고, 음식물 쓰레기와 카페에서 얻은 커피 찌꺼기를 발효시켜 퇴비로 활용하고 있다. 농약과 비닐 사용도 가능한 범위에서 줄이려고 노력한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환경 보호는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일상에서 실천하는 작은 행동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또한 농촌의 깨끗한 환경을 지키기 위해서는 행정기관의 지속적인 교육과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함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귀농·귀촌 생활이 늘 순탄한 것만은 아니었다. 농기계와 관수시설 등 농업 기반을 마련하는 데 비용 부담이 컸고, 소형 농기계 지원사업에 신청했지만 선정되지 않아 결국 자비로 관리기를 구입하기도 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귀농·귀촌인이 안정적으로 정착하려면 주거 지원뿐 아니라 실제 농사에 필요한 농기계와 시설 지원, 영농기술 교육 등 지속적이고 실질적인 정책이 필요하다는 점을 느꼈다. 현재 우리 부부는 텃밭을 가꾸고 수확물을 나누는 일상 속에서 행복을 찾고 있다. 주말에는 인근 지역의 고찰과 유적지를 찾아 여행하며 새로운 활력을 얻고, 지역사회 봉사활동에도 꾸준히 참여하고 있다. 이는 우리 부부가 추구해 온 나눔과 상생의 삶이 지역사회와 함께 만들어 낸 의미 있는 성과라고 생각한다. 돌아보면 고흥으로의 귀농·귀촌은 우리 부부에게 단순히 거주지를 옮기는 일이 아니었다. 자연의 소중함과 농업의 가치를 배우고, 이웃과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의 의미를 깨닫는 과정이었다. 앞으로도 건강이 허락하는 한 농사를 짓고, 가진 것을 나누며, 지역사회에 봉사하는 삶을 이어가고 싶다. 귀농·귀촌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도 철저한 사전 준비와 열린 마음, 먼저 다가가는 배려가 안정적인 정착의 밑거름이 된다는 점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