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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 아버지의 60년 농사 이은 40대 엔지니어 아들!
등록일 : 2025-01-13 작성자 : 서울센터 조회수 : 130
사례 및 상세 아버지의 60년 농사 이은 40대 엔지니어 아들!_2

아버지의 60년 농사 이은 40대 엔지니어 아들!


김문형 씨(45) 전라남도 함평 | 모수당농장

‘이제 농사 그만하고 정리할까?’ 자동차 제조회사 연구원으로 일해온 ‘모수당농장’ 김문형 대표는 팔순이 가까워진 아버지의 이 한마디에 귀농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60년 가까이 일궈오신 농사를 정리할 때가 되었다며 못내 아쉬워하시는 아버지를 보면서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었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김 대표는 2년 동안 차근차근 귀농을 준비했다.

그리고 2021년, 40대 초반의 나이에 다니던 직장에 사직서를 내고 고향 함평으로 향했다. ‘구조조정 없는 평생 일터’, 아버지가 평생 일군 땅에서 그는 무화과 농사와 아버지가 물려준 벼농사를 함께 지으며, 6차 산업으로의 도전을 향한 또 다른 꿈을 꾸고 있다.


탐색기 : 아버지의 60년 농사, 가업을 이어보기로 하다

자동차 제조회사에서 15년간 일해온 ‘모수당(母手堂)농장’ 김문형 대표. 4년 전, 전남 함평으로 귀촌하면서 아버지의 농사를 잇는 후계농업경영인이 됐다. 서울에서 대학을 나오고, 타지에서 사는 동안 시골의 부모님 농사까지 챙길 겨를 없이 바쁘게 살아온 그였다.

“2019년에 아버지께서 저에게 그러셨죠. ‘이제 농사 그만하고 정리할까?’ 이제 팔순을 바라보시니 힘든 일은 내려놓으실 때도 됐지만, 이만큼 키워오신 농사를 정리하시기가 아까우셨을 거예요. 저는 아버지 말씀을 들을 때까지만 해도 물려받으리라고는 생각을 못 했었죠.”

90,000m2(약 3만 평) 규모이니 작지 않은 농사였다. 빈손으로 시작해 평생을 벼, 보리, 밀 등의 농사를 지으며 살아온 아버지였다. 그런 아버지께 선뜻 귀농하겠다는 확답을 하지 못한 채 고민이 깊어졌다는 김 대표, 일단 귀농을 염두에 두되 좀 더 생각해 보기로 했다.

“3년 전, 귀농을 결심할 때 ‘자연은 비어 있는 공간을 허락하지 않는다.’라는 말이 떠올랐어요. 아버지께서 일궈오신 땅, 그 자연을 앞으론 아들인 내가 계속해서 채워가야 하는 거구나, 그런 생각이 막연히 들었죠.”

또 연 매출 1조 원이 넘는 직장에서 구조조정 대상자가 되어 회사 문을 나서던 50대 중반의 선배들 얼굴도 떠올랐다. 바로 10년 후, 나의 모습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귀농 결심은 더 단단해졌다.

“하지만 무엇보다 마음이 움직였던 건, 농촌의 환경이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이었죠. 스마트팜과 빅데이터로 대변되는 시대, 하지만 농촌의 고령화는 너무나 심각합니다. 해서 평생직장 같은 이곳, 부모님이 계신 이곳에서 젊은 바람을 한번 일으켜보자! 마음을 먹게 됐죠. 대학 때 공부했던 기계설계와 시스템제어 등의 전공도 농사 현장에서 직접 적용해 보고도 싶었고요.”

자동차 제조회사에서 일하기 전, 김 대표는 잠깐 농기구 개발회사에서 엔진설계자로 근무한 적이 있었다. 귀농 후엔 그때의 경험도 제대로 살려볼 요량이었다. 2021년, 김 대표는 다니던 회사에 사표를 던지고, 귀농인이 되어 고향 함평으로 돌아왔다.


준비기 : 준비된 귀농, ‘새 작물, 새 방식’에 도전

아버지의 말씀을 들은 이후부터 사실 김 대표의 실질적인 귀농 준비는 시작됐다. 2019년,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농학과에 편입학해 농사에 관한 체계적인 공부를 시작했다. 친환경 농사에 필요한 유기농업기사, 지게차·굴삭기기사, 용접기사 등등. 영농에 필수항목인 자격증도 미리 취득해 두었다.

귀농과 함께 김 대표가 선택한 작물은 함평군의 특산물 중 하나인 무화과. 무화과 재배를 위해 함평군농업기술센터에서 개설한 선도농가 연수프로그램 등 100시간의 교육도 무사히 마쳤다.

“무화과나무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로 전해지죠. 중동과 지중해 지역이 원산지로 알려져 있고요. 내한성이 약한 작물이라 겨울철에는 시설관리가 특히 중요합니다. 또 무화과나무는 뿌리가 깊이 내리지 않고, 널리 퍼지는 특성이 있어요.”

본격적인 하우스 재배에 앞서 김 대표는 40주의 무화과나무를 100m2(30평) 남짓한 소형하우스에서 시험 재배하며 무화과나무 공부에만 1년을 매달렸다. 무화과나무와 잘 맞는 토질 특성, 병충해 방제에 대해서도 미리 살폈다. 1년 동안 시험 재배하면서 그가 최종적으로 선택한 ‘화분 재배’와 ‘하우스 시설’ 농사에 대해서도 철저하게 대비했다. 공부하면서 기록해 둔 무화과나무 생육 특성과 재배기술 등의 정보들은 인근의 무화과 농가들과도 공유했다.

“아버지께서는 처음에 무화과 농사도, 제가 택한 화분 재배방식도 탐탁지 않아 하셨죠. ‘작물은 땅에다 심어야지 화분이 웬 말이냐?’ 하시면서요. 하지만 아버지께서 고수해오신 옛 농사방식을 지금 시대에 그대로 따를 수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작년에 첫 수확을 해 보니, 하우스 세 동에서 무화과 농사로 얻은 성과가 연간 3,000만 원이었어요. 동일한 면적에서 벼농사로 할 땐 200만 원 남짓 수익을 낼 수 있었는데 말이죠.”


순조로운 출발처럼 보이지만 김 대표에게도 2년 전 큰 시행착오가 있었다. 2억 원을 들여 하우스 공사를 시작했는데, 아무리 땅을 파도 물이 나오지 않는 것이었다. 물이 없으면 무화과 재배는 포기해야 하는 상황. 전문가에게 의뢰하니 하우스가 들어서는 논이 지하수가 나올 자리가 아니라고 했다.

“관정(管井)은 결국 부모님의 지원 덕분에 다른 논에 만들 수 있었어요. 하우스와 좀 떨어져 있는 지인의 논에 토지사용 승낙서를 받고 물길을 만들었죠. 어디에나 땅을 파면 지하수가 나오는 줄 알고 있었는데, 물 자리가 따로 있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죠. 앞으로 하우스 농사 준비할 때, 물길을 잘 아는 전문가에게 미리 확인한 후 공사를 시작해야 저와 같은 일을 겪지 않을 것 같아요. 2억 원이 들어간 하우스 공사를 헛수고로 만들 뻔했어요.”


실행기 : 농기계 직접 수리하고, 드론도 직접 만들며 비용 절감

6월 하순의 모수당농장은 아버지가 물려준 벼농사의 마지막 모내기가 한창이다. 농장 창고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모판의 모내기용 육묘들, 예년엔 육묘업체에서 사다가 모내기했는데 김 대표가 합류하면서 직접 키우고 있다. 또 그 바로 옆 창고에는 트랙터, 이앙기, 콤바인에서부터 방제용 드론까지, 크고 작은 농기계들로 가득하다. 수도작 농사에 없어서는 안 될 고가의 귀한 장비들이다. 김 대표가 귀농하면서 가져온 변화 중 하나는 이들 농기계의 수리비를 아끼면서 경영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제가 오기 전엔 1억 원대 농기계를 수리점에 맡기면, 기본적으로 수백만 원의 수리비가 나왔어요. 고장 원인이라도 잘못 찾으면 수리비는 그 몇 배로 뛰었죠. 지게차가 고장 나 출장 수리 오면 견적이 100만 원은 훌쩍 넘어요. 모내기용 육묘도 올해는 직접 키우면서 1,700만 원을 절약할 수 있었죠.”

김 대표는 농기구 개발회사, 자동차 제조회사 근무 경력을 십분 활용해 웬만한 농기계의 고장 수리는 직접 한다. 방제용 드론도 김 대표가 부품을 사서 직접 조립해 사용하고 있다. 기체뿐만 아니라 드론의 조종법까지 제대로 익혀뒀다.

“방제용 드론을 구매하기 위해 시장조사를 해 봤더니 탑재되는 용기의 용량에 따라 2,000만 원에서 최고 4,000만 원까지 다양하더라고요. 제가 부품을 직접 사서 조립하니 1,000만 원으로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었죠.”

김 대표의 귀농 후 첫 도전작인 무화과 재배 성과도 지난해에 2.5톤의 수확량을 기록했다. 올해 목표 수확량은 6톤. 작년에는 지역의 규모화된 농가와 연합하면서 판로를 수월하게 해결했는데 올해는 작년과 달리 소박스의 포장과정을 거쳐서 납품 단가를 좀 더 올려볼 계획이다.

“주변에서는 현재 세 동으로 운영하는 하우스의 규모를 최소 열 동까지는 더 늘려야 한다고 조언해요. 규모화된 농장에서 고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하다는 걸 저도 잘 알고 있죠. 올해 작황 추이를 지켜보면서 하우스의 확장도 결정할까 합니다.”


정착기 : 아내와 함께한 모수당 제과도 본격 사업화 예정

학교면 번영회, 자율방범대, 작목반, 김 대표가 고향에 정착하면서 활동을 시작한 모임들이다. 함평군 귀농어귀촌협의회에서는 학교면 지회장까지 맡고 있다.

“제가 사는 곳이 집성촌이라 귀농 후에도 적응하는 데 딱히 어려움은 없었어요. 하지만 농사짓는 데는 품목별 연구회나 작목반 활동이 많은 도움이 되고 있죠. 예비 귀농인들에게도 농촌에 내려오면 꼭 가입해서 활동하시라고 권하고 싶은 모임들입니다.”

40대의 귀농, 어떻게 보면 이른 나이일 수도 있지만 미래에 투자한다는 결심으로 선택했다는 김문형 대표. 지난 3년, 새로 시작하느라 직장생활 할 때의 수익에는 도달하지 못했지만 앞으로 3년 후를 기대하고 있다. 2년 전 아내와 함께한 또 다른 도전, ‘모수당 제과’도 제대로 키워볼 생각이다.


“모수당 제과는 아직 본격적인 가동은 하지 않고 빵이나 케이크 등 주문 제작이 들어오면 생산하고 있죠. 온라인에서도 판매 중인데, 고객들의 반응이 아주 좋아요.”

모수당 제과의 제품들은 함평군의 특산물인 무화과와 직접 농사지은 쌀, 감자, 단호박 등을 사용해 아내가 직접 레시피를 연구·개발하면서 발전시키는 과정이다.

“함평군 나비대축제와 대한민국 국향대전 등 지역의 행사 때는 고객들의 반응도 살필 겸 직접 나가서 판매했는데 반응이 꽤 좋았죠. 앞으로 3년 후쯤에는 제대로 된 가공시설까지 갖추고, 본격적인 사업화를 모색할 계획입니다. 그때쯤이면 모수당농장이1차에서 6차 산업으로까지 더 확장하고, 발돋움하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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