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서 찾은 제2의 삶] 생태어메니티전문가 김형준씨<전남 담양>
평범한 시골 고향마을 자연 해치지 않으면서 개발
산촌생태촌으로 재탄생 사계절 방문객 15만명 달해
수익은 주민에게 공평하게 분배
전국 곳곳엔 유명 휴양지보다 더 아름다운 농촌마을이 많다. 다만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다. 잘만 활용하면 주민의 소득을 책임질 자원도 숨겨져 있다. 이런 농촌의 유무형 자원을 발굴하는 이가 ‘생태어메니티전문가’다. 생태어메니티전문가는 농산어촌 지역주민들이 자기 지역의 어메니티(Amenity·쾌적함 혹은 농촌다움) 자원을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김형준씨(50)는 전남 담양에서 활동하는 생태어메니티전문가다. 생태어메니티전문가는 민간컨설팅업체·비정부기구(NGO)·지역개발연구소·지방자치단체 등에 소속될 수 있고, 김씨처럼 개인으로 활동할 수도 있다. 임금 수준은 소속기관과 활동 규모에 따라 다르다.
그는 중학교 때 고향을 떠나 서울에서 사업을 꾸리다 어머니를 모시고자 전남 담양군 월산면으로 2004년 귀향했다.
“지인의 일을 도우며 농촌생활에 적응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2010년 어느 날 마을 입구에 들어서는데 마을 뒤로 펼쳐진 산과 그 산이 품은 마을이 아주 아름답더라고요. 마을의 자원을 개발하면 주민들이 풍요롭게 살 수 있을 것 같았죠.”
현재로선 생태어메니티전문가가 되기 위해 대학에서 특정 학문을 전공해야 하거나 자격을 부여받아야 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농촌진흥청이 선정한 ‘농업·농촌 분야 유망 일자리 50선’ 중 하나인 만큼 전망은 밝다. 김씨는 생태어메니티전문가로 활동하고자 지자체·산림청·농림축산식품부에서 생태학교 과정을 수료했다. 인근 대학 조경학과도 졸업했다. 농어촌체험지도사·원예치료사 등의 자격증을 부여할 수 있는 자격까지 얻었다. 성공적으로 자원을 활용하고 있는 농촌마을도 열심히 견학했다.
그는 생태어메니티전문가로서 고향마을의 생태를 최대한 해치지 않으면서 자원을 개발하려고 노력했다. 개발자나 마을기업운영자의 최대 목표는 이윤 추구지만 생태어메니티전문가는 생태를 보존하고 더 아름답게 만들어 후대에 물려주는 게 우선이기 때문이다. 평범한 시골마을이었던 고향은 김씨의 손을 거치면서 ‘용오름 에코힐링 체험마을’이라는 성공적인 산촌생태마을로 자리 잡았다.
김씨는 마을 입구에 사시사철 아름다운 흰배롱나무를 심고, 주민들이 죽순을 채취하는 곳에 그쳤던 대나무숲엔 훌륭한 산책길을 조성했다. 뒷산의 고로쇠나무를 활용해 고로쇠수액 채취 체험프로그램도 만들었다. 지금은 마을의 고즈넉한 분위기를 활용해 1인 여행객이 와서 쉴 수 있는 환경도 조성 중이다.
마을을 가꾼 후 여름 한철에만 계곡에서 놀다 가던 방문객의 발길이 이제 사계절 내내 끊이지 않는다. 1년에 15만명 정도가 마을을 찾는다. 덩달아 주민소득도 증가했다.
김씨는 마을 자원으로 얻어지는 수익을 주민들이 공평하게 나눌 수 있도록 마을 조례 제정에도 적극적으로 관여했다. 마을이 발전하려면 주민간 갈등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에서다.
“여러 마을을 다니며 컨설팅을 하는데 용오름 에코힐링 체험마을을 소개하면 다들 깜짝 놀라세요. ‘뭔가 특별한 게 있을 줄 알았는데 우리 마을이랑 비슷하네’란 반응이에요. 어메니티 자원은 어느 농촌마을에나 다 있어요.”
지역의 어메니티 자원을 찾아내 개발하도록 돕는 김씨는 어느 마을이든 생태자원이 풍부하며 그 자원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관건이라고 강조한다.
담양=김민지 기자 vivid@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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