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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 ‘어디로 가지? 뭘 심지?’···나 사표 쓰고 귀농할 수 있을까
등록일 : 2020-09-16 작성자 : 서울센터 조회수 : 14
‘어디로 가지? 뭘 심지?’···나 사표 쓰고 귀농할 수 있을까  _2

직장인을 위한 ‘귀농학교’에 신청했다. 평일 저녁에는 서울에서 귀농 관련 강의를 듣고, 주말엔 농촌에서 현장 체험 등을 한다. “2주 코스야. 당분간 집에 늦게 들어오고 주말에 애를 보지 못할 텐데 괜찮을까?” 아내가 마지못해 허락했다. 입학원서와 자기소개서를 썼다. 도시에서만 생활한 38세 남성, 10년차 기자, 외벌이, 5세 자녀 있음…. 이 정도면 될 줄 알았는데 어라? ‘귀농하려는 이유는?’ 자기소개서에서 벌써 멈칫하게 되는 문항이 나왔다. ‘귀농의 핵심 가치는?’ ‘생계는 어떻게 꾸려갈 계획인가?’ ‘귀농하면 이웃에게 어떤 재능을 나눠줄 수 있나?’ 어렵다.

마음을 다잡았다. 지난 두달간 만난 귀농 멘토들은 ‘자기 철학이 없으면 작은 실패에도 도시로 돌아가게 된다’고 했다. 나만의 귀농 원칙을 세워보기로 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공동기획으로 귀농·귀촌 취재를 진행했다. 취재 과정에서 직접 또는 전화로 만난 귀농 선배 10명의 조언을 모아 5가지 기준을 만들어봤다.



①가족 모두가 활동 가능한 곳을 찾는다


‘어디로 가야 할까요’ ‘어떤 작목을 해야 할까요’ 경북 봉화로 귀농한 김현희씨(52)에게 첫 질문부터 혼났다. 그는 “귀농지를 정할 때는 ‘본인’ 중심이 아니라 ‘함께 가는 가족 구성원 모두’를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본인은 귀농하고픈 마음가짐이 있으니까 귀농해서 힘들어도 어느 정도 참고 살 수 있죠. 그런데 아내는요? 아이는요? 가족들은 귀농 생각을 공유하고 있나요? 모두가 활동할 수 있는 곳을 찾아야 해요. 아이가 있다면 무엇보다 아이가 중심이어야 하죠.”


전북 남원 산내마을로 귀농한 강병규씨(53)는 “지리산이 좋아 귀농했는데 젊은 귀농인도 많고, 아이들도 많아 다행이었다”고 했다. 인근 실상사가 귀농학교를 운영하다보니 생활기술 강의 등이 활발하다. 그의 아내는 강의를 들으며 친구를 사귄다. 딸은 친구들과 함께 ‘카풀’로 집에서 1.5㎞ 떨어진 초등학교에 다닌다.


전북 완주 봉동읍에 사는 우혜정씨(44)는 “시작부터 작은 마을 단위로 들어가지 않고 ‘반은 농촌, 반은 도시’ 같은 곳에 살면서 적응해보는 것도 방법”이라고 했다. 읍 단위 지역이나 도시 근처 농촌에선 가족들의 활동반경이 커진다. 귀농한 남편 따라 봉화에 온 최윤주씨(47)는 인근 도시 안동에서 한동안 직장생활을 하다 지금은 봉화, 예천 등에서 귀농 상담을 하는 사회적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②농사 외에 일거리를 찾는다

귀농 초기 농사만으로 돈을 벌긴 어렵다고 한다. 다른 일거리가 있을까. “마을마다 영농조합법인이나 협동조합이 있어요. 실무자로 일하면서 농촌에 적응하는 귀농인이 많아요.”(충북 괴산 이우성·58) “남의 농사 품팔이도 있어요. 벌이는 많지 않죠.”(경북 상주 장동범·59)

10년차 기자 경력을 살릴 방법은 없을까? 멘토들에게 물었다. 마을신문 기자, 글쓰기 강사 일을 권했다. 이번에는 ‘아내는 컴퓨터그래픽 디자이너였고, 회계도 할 줄 알아요. 일자리가 있나요?’라고 물었다. 멘토들이 ‘우리 마을로 오라’며 반색했다. 장동범씨는 “농업법인들이 회계를 몰라 어려움을 겪는다”고 했다. 이우성씨는 “마을 홍보물도 만들고 상품 디자인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우성씨가 “시골에서는 돈 생각하고 일하면 돈이 안 되는데, 돈 버릴 생각하고 일하면 돈을 번다”고 했다. 무슨 말일까. “농촌에서는 먼저 관계를 쌓아야 하거든요. 재능 기부도 하면서 관계를 만들어가세요. 과일 하나가 나가면 두세개가 되돌아오는 데가 시골이에요.” 충남 홍성에서 농사짓는 금창영씨(50)도 같은 말을 했다. “버클리 음대를 나온 사람이 막 귀농해서 음악 학원을 차렸다고 해봐요. 음대를 가지 않은 주민도 음악 학원을 차렸어요. 여기선 아이를 아마추어가 하는 학원으로 보내요. 관계가 먼저지, 재능이나 기술이 먼저가 아니거든요.”


③주민과 잘 어울린다

마을 주민과 잘 지내는 법은 없을까. 금창영씨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먼저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귀농인들은 농촌에 가서 ‘빈집 있어요?’ ‘좋은 땅 없나요?’부터 물어요. 자기를 보여주지 않고 집과 땅만 알고 싶어하죠. 이기적으로 보일 수 있어요. 내 소개로 지역에 들어와 잘 살면 문제없는데 못 살면 이웃들이 ‘누가 쟤 불러들였어?’라고 원망하죠. 귀농자들이 ‘저는 이런 성격의 사람이고 그래서 이 지역에 잘 맞을 듯해요. 지역을 위해서 이런 일을 제가 할 수 있어요’ 이렇게 시작하면 주민들도 경계심을 거둬들이고 전향적으로 생각하겠죠.”

전남 순천 화지마을로 귀촌한 ‘마을 맥가이버’ 김현철씨(49)도 비슷한 말을 했다. “어르신들이 찾아오셔서 뭘 도와달라고 하진 않으세요. 제가 먼저 찾아뵙고 알아보는 거죠. 그렇게 하다보니 외지인인 저에 대한 거부감이 없어 보였어요.”




④나와 맞는 작목을 선택한다

농작물도 유행을 탄다. 시장가격이 비싼 작목에는 너도나도 몰린다. 한때 블루베리와 아로니아가 그랬다면 지금은 청포도 ‘샤인머스캣’이 그렇다. 금창영씨는 “유행 따라 작목을 선택하지 말라”고 했다. “샤인머스캣도 좋은 시절 다 갔어요. 재배 면적이 너무 늘어 가격이 떨어질 위험이 있어요. 농업기술센터에서도 위험하다고 보고 보급을 중단하기 시작했죠.”

20년 전 순천으로 귀농한 장봉식씨(62)도 “가격이 좋은 건 내가 하는 순간 떨어진다고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귀농하는 사람들이 걱정이 많다보니 귀가 얇아요. 나도 가격 좋다고 하니까 소도 키우고 복숭아도 했는데 하기만 하면 망하더라고. 가격 변동이 너무 큰 거죠. 여기도 매실 가격 좋을 때 귀농해서 매실을 시작한 사람이 있는데 지금 가격이 바닥을 치거든요. 많이 힘들어해요.”

금창영씨는 “다양한 종류의 작목들을 하다보면 자기에게 맞는 작목을 찾을 수 있다”고 했다. “제겐 양파와 마늘이 그래요. 겨울을 나는 작물이거든요. 애틋하고 마음이 가죠. 풀 관리도 쉽고요.” 이우성씨는 “고추가 잘 맞는다”며 “쪼그려 앉아 일하고 따는 걸 잘한다”고 했다. “근데 참깨, 들깨는 안 돼요. 잔손이 너무 많이 가고 갈무리가 힘들어요.”




⑤농사는 작게 시작한다

멘토들은 시작부터 큰돈 들이는 건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농사는 지을수록 일머리가 생겨요. 농사 모르는 초보가 은행자금이나 정책자금을 몇 억원씩 빌려 투자하면 큰일나죠. 망치는 순간 그대로 빚이거든요.”(이우성)

홍성에서 두번째 귀농 기회를 얻은 김영남씨(32)도 비슷한 말을 했다. “작게 시작해 3000만원 정도만 날린 게 그나마 위안거리예요. 첫 귀농은 떠올리기도 싫어요. 많이 배웠다고 생각하려고요.” 4년 전 강원도 산골에서 소규모 친환경 양돈 축사를 했지만 1년 만에 접은 경험은 아프지만 약이 됐다. 지금 그는 900평(2975㎡) 규모의 논을 빌려 농사를 짓는다. 크게 무리하지 않는다.

경력이 쌓이다보면 소화 가능한 농사 규모를 가늠할 수 있게 된다고 했다. 장동범씨도 6년 전 처음 귀농했을 때는 1000평(3306㎡) 땅에 자급자족할 목적으로 농사를 지었다. 지금은 밭 3500평(1만1570㎡), 논 1000평을 빌려서 고추와 콩, 벼 농사를 친환경으로 한다. “농사를 짓다보니 이 정도는 할 수 있겠다 싶더라고요.”




‘사표 쓰고 귀농’할 생각에 시작한 시리즈가 이번이 마지막이다. ‘농촌 덕질’하면서 기사를 쓰면 행복하기만 할 줄 알았는데 마감 스트레스는 여전하다. 역시 기자는 나와 맞지 않다. 아내에게 메시지가 왔다. “농사지어보신 당신 장모님께서 이 서방은 귀농 꿈도 꾸지 마시랍니다.” 그간 썼던 기사와 영상을 모두 보셨단다. 휴. 진짜 안 되는 건가. 아니, 멘토들의 조언을 받아들여 이제부터 시작이다. 나만의 5가지 원칙도 세웠으니까 5년 후를 목표로 귀농을 추진해 보려고 한다. 15년 퇴직금이면 어느 정도 종잣돈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귀농’, 지금 꼭 하지 않아도 내 인생의 좌표가 되어줘.




■농지 빌려주는 은행이 있다고요?

농민이 고령으로 농사를 포기하거나, 도시로 이주하면 농지는 ‘노는 땅’이 된다. 이런 논과 밭을 매입해 귀농인에게 빌려주는 곳이 있다. 한국농어촌공사가 운영하는 ‘농지은행’이다.

농지은행은 경지정리가 잘 된 우량농지를 매입하는 ‘공공임대용 농지 매입비축’ 사업을 벌인다. 사들인 땅은 청년 농민, 귀농인 등에게 5년간 빌려준다. 농지은행이 비축한 우량농지는 7152㏊(2019년 기준)로, 이 중 7113㏊가 임대 중이다.

영농 경력 2년 이하 농민은 최대 1㏊(약 3025평)까지 빌릴 수 있고, 경력 2년이 넘으면 4㏊까지 임차가 가능하다. 한 농지에 신청자가 몰리면 40세 미만 청년 농민이 우선순위를 부여받는다. 농지를 임차받고 싶은 귀농인이라면 농지은행 홈페이지(www.fbo.or.kr)에서 원하는 지역을 선택해 ‘공공임대용 임대농지’를 골라 신청하면 된다.

농촌에 연고가 없는 귀농인이 이용하기에 좋은 제도이지만, 일부에서는 좋은 농지는 농촌 마을에 찾아가 직접 구하는 편이 낫다고 말한다.

충남 홍성 농민 금창영씨(50)는 “마을에 새 농지가 생기면 농사를 지으려는 마을 주민들이 먼저 임차하거나 매입한다”며 “특히 귀농인들에게 인기있는 지역일수록 농지은행에 매물이 나오는 경우가 적다. 먼저 주민들과 친해진 뒤에 알음알음 물어가면서 구하는 편이 더 낫다”고 말했다. 농지은행이 비축한 농지 대부분은 논으로, 밭이 많지 않다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9월 농지은행의 매입농지 중 소규모 밭의 비중을 높이는 내용의 농지은행제도 개선방안을 내놨다. 매입 농지 최소 면적을 기존 1983㎡(약 600평)에서 1000㎡(약 303평)로 완화하고, 밭 매입 단가를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농식품부는 “제도 개선으로 올해부터 공공임대용 농지 매입이 크게 확대될 예정”이라며 “청년농과 귀농인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009160600001&code=940100#csidx0b1668059a038adabc94665045b3f14

출처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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