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병완 조합장이 영농형 태양광이 설치된 논을 바라보며 그동안의 추진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농촌에서는 같은 걱정이 되풀이된다. 풍년이 들면 쌀값이 떨어질까 걱정하고, 흉년이 들면 생산량 감소로 농가소득이 줄어들까 마음을 졸인다. 쌀 소비량이 줄었다는 통계가 나올 때마다 쌀 산업의 미래에 대한 우려도 깊어진다. 이 오래된 고민에 ‘소비 촉진과 민간 주도의 수급 안정’이라는 해법을 제시하며 지난해 출범한 단체가 한국쌀산업연합회다. 미곡종합처리장(RPC)과 농수산업자에 해당하는 양곡도정업 신고업체가 임의자조금을 조성해 쌀 소비 확대와 산업 발전을 이끌겠다는 취지다.
연합회를 이끄는 문병완 보성농협 조합장은 주요 농정정책의 한가운데에 서 있다. 한국쌀산업연합회장과 농협RPC전국협의회장을 맡아 자조금 조성과 쌀 수급 안정을 이끌고 있다. 신재생에너지전국협의회장으로 약 7년간 영농형 태양광도 실증해왔다. 전남 보성군은 농어촌기본소득 시범사업 지역이기도 하다. 한국쌀산업연합회 출범 1년을 맞아 문 조합장에게 자조금 조성 현황과 향후 계획, 주요 농정 현안에 대한 견해를 들었다.
자조금 한달여 만에 78억원 조성···“짧은 기간 상당한 성과”
한국쌀산업연합회는 지난 7월 14일 자조금 총회 이후 본격적인 자조금 조성에 들어갔다. 제1의 식량안보 품목인 쌀에 대한 역사적인 첫 자조금 조성이었다. 8월 28일 현재 민간 거출액 48억6800만원에 정부 지원액 29억3000만원을 더해 약 77억9800만원의 자조금이 조성되었다. 목표액 84억원의 약 93%다.
“거출계획이 각 농협의 금년 사업계획에 반영되지 않아 농협마다 긴급히 이사회 의결을 거쳐야 했고, 통합RPC도 이사회 의결을 거쳐야 했습니다. 이런 어려움에도 짧은 기간에 상당한 금액을 조성했습니다.”
문 조합장은 자조금을 단순한 쌀 홍보 재원에 머물게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쌀 산업 주체들의 의견을 모아 정부에 전달하고, 정책 대안을 뒷받침할 조사·연구를 수행하는 민간 중심의 기반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수급 및 가격 조절 등 쌀 산업 전반은 오랫동안 정부 주도로 이뤄졌습니다. 그 기능이 민간으로 이양됐지만 쌀 산업 전체의 의견을 모으는 프로세스나 기구는 제대로 형성되지 못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정부정책이 현장과 괴리되는 경우도 많았고 임기응변식 대책이 반복되면서 농정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자조금단체가 농업계 전반의 의견을 조정하고 통합하여 하나로 묶어 제시해야 정부 정책과 예산 집행의 효율성도 높일 수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사업으로는 쌀 소비 촉진을 꼽았다. 국민 정서에만 호소하기보다 소비 감소 원인과 소비자의 선택을 과학적으로 분석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소비자가 왜 쌀을 덜 먹는지, 어떤 방식으로 접근해야 소비가 늘어나는지를 과학적으로 분석해야 합니다. 자조금을 활용해 실질적인 소비 증가로 이어지는 사업을 만들어야 합니다.”
쌀 수출과 가공산업도 주요 사업으로 제시했다. 특히 정부 대여곡을 가공산업과 연계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쌀값이 오르면 대여곡을 밥쌀용으로 공급하지만 가격이 떨어지면 가공용으로 활용해야 합니다. 정부와 조율해 새로운 소비를 일으켜야 수급도 맞출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가공산업이고, 수출도 민간 주도로 추진할 필요가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임의자조금을 의무자조금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쌀은 생산자와 도정·유통 주체가 다양해 축산물처럼 특정 단계에서 일률적으로 자조금을 거출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한우나 양돈은 도축장을 통해 거출할 수 있지만 쌀은 전업농부터 소농까지 생산자가 다양하고 도정공장도 전국에 분산돼 있습니다. 임의자조금으로 성과와 신뢰를 쌓으면서 서서히 의무자조금으로 발전시켜야 합니다.”
올해 작황 좋아 풍년 전망···“쌀값은 급등락 없이 안정적으로”
문병완 조합장이 영농형 태양광이 설치된 논을 바라보며 그동안의 추진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문 조합장은 출수 이후 기상 여건이 양호하고 병해충 발생도 지난해보다 적어 올해 풍년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산지 벼값도 지난해보다 조금 높은 수준에서 형성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조생종 벼는 40㎏당 7만2000∼7만3000원에 거래되지만 조기 출하에 따른 특수성이 있습니다. 일반 벼는 이보다 낮더라도 지난해보다 조금 오른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봅니다. 쌀값은 물가와 생산비 상승분을 반영해 안정적으로 가는 것이 농업인과 쌀 산업 종사자, 소비자 모두에게 좋습니다.”
수급조절용 벼와 대여곡은 선제적인 시장관리 수단으로 평가했다. 올해 처음 도입한 수급조절용 벼는 원칙적으로 가공용으로 활용해 밥쌀 시장에서 제외하고, 긴급한 수급 문제가 발생할 때만 밥쌀용으로 전환한다. 지난해 도입한 대여곡도 시장 상황에 따라 밥쌀용이나 가공용으로 활용할 수 있다.
“과거에는 시장에 문제가 생겨도 재정당국의 동의 등 절차가 복잡해 대응이 늦었습니다. 이제는 수급조절용 벼와 대여곡을 통해 시장 상황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습니다.”
영농형 태양광 7년간 실증···“농작물 생산과 농가소득 함께 지켜야”
농협 신재생에너지전국협의회장도 맡고 있는 문 조합장은 햇빛소득마을에 영농형 태양광을 결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휴부지를 활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논과 밭에서 농사를 계속하면서 농업인과 주민이 발전사업에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성농협은 약 7년간 영농형 태양광을 실증했다. 문 조합장은 토양오염 등 환경문제나 농지 훼손은 나타나지 않았으며, 벼 생산량도 일반 논의 약 80%를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첫 번째 목적은 농가소득이었고, 두 번째는 태양광 시설 아래에서도 쌀이 생산되는지를 확인하는 것이었습니다. 쌀이 남을 때는 20%의 생산량 감소가 생산조절 효과를 내고, 부족할 때는 다수확 품종으로 보완할 수 있습니다. 식량안보를 해치지 않으면서 농가소득을 높일 수 있습니다.”
사업을 확대하려면 고령 주민에게 직접 자부담을 요구하기보다 지역농협이 출자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농촌 마을은 70대 이상 주민이 많아 직접 출자하라고 하면 참여하기 어렵습니다. 비용은 일시에 투입되는데 반해 비용 회수와 수익 창출은 장기간에 걸쳐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농협이 출자하면 주민 부담을 줄일 수 있습니다. 농협과 주민이 함께 사업의 주체가 돼야 발전수익도 지역에 돌아갑니다.”
영농형 태양광 수익을 주민에게 환원하면 정부 재정에만 의존하지 않고 지자체가 기본소득 재원을 마련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봤다. 덧붙여 농어촌기본소득은 주민의 실제 생활권을 고려하여 사용처를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농협법에도 명시되어있는 조합원의 의무와 권리인 사업이용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본소득은 지역균형발전과 농촌 활력 유지를 위해 더욱 확대되어야 할 바람직한 제도입니다. 그러나 재원 마련의 한계는 분명히 있습니다. 그 한계를 보완하면서 농민의 소득을 높일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 영농형 태양광입니다.”
기자 : 김경욱 기자
출처 : 한국농어민신문(https://www.agrinet.co.kr/news/articleView.html?idxno=407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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