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도 고금도에는 섬의 농산물을 한 병의 술로 만들어 새로운 가치를 더하는 곳이 있다. 고금도 국도변에 자리한 ‘고금주조장’이다.
배준현·류은주 대표 부부가 운영하는 고금주조장은 선대부터 이어온 막걸리에 그치지 않았다. 6도 완도유자막걸리에서 출발해 10도 프리미엄 탁주 ‘유자텐’, ‘장보고의 꿈 비파20’, 황칠 약주와 증류주 등으로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지역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술이라는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바꾸고, 온라인 유통과 체험 관광, 나아가 해외시장까지 바라보고 있다.
지역 농산물, 프리미엄 술로
고금주조장은 ‘완도산’농산물을 이용해 술을 빚고 있다. 쌀은 완도농협에서 구입하고 유자와 비파, 황칠도 지역에서 생산된 것을 사용한다. 유자는 수확한 당일 착즙한 뒤 급속 냉동해 향을 보존하고, 쉽게 무르는 비파는 직접 수확해 곧바로 가공한다.
같은 원료라도 발효 과정에서 어느 시점에 넣느냐에 따라 향과 맛이 달라진다. 부부는 재료마다 투입 시기를 달리하며 완도 농산물이 가진 향을 술에 최대한 남기는 방법을 찾아왔다.
고금주조장은 일반면허였던 탁주 면허도 지역특산주 면허로 전환했다.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사용하는 정체성을 더욱 분명히 하는 동시에 온라인으로 소비자와 만날 수 있는 기반도 마련했다.
류 대표는 “쌀부터 유자, 비파, 황칠까지 술에 들어가는 재료를 완도에서 난 농산물로 사용하고 있다”며 “완도 농산물의 가치를 알리고 지역 농가와 함께 성장하는 양조장이 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막걸리에서 프리미엄 전통주로
선대부터 생산한 6도 ‘완도유자막걸리’는 고금주조장의 뿌리다. 하지만 부부는 지역 주민들이 일상적으로 찾는 막걸리에만 머물 경우 시장 확대에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다.
이에 누룩과 완도 유자를 활용한 10도 프리미엄 탁주 ‘유자텐’을 개발했다. 유자텐은 2025년 K-라이스페스타 전국 우리술 품평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으며 품질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비파도 새로운 상품이 됐다. ‘장보고의 꿈 비파20’은 발효 중인 술에 직접 빚은 비파 증류주를 더하는 과하주 방식으로 만든다. 전통적인 제조법에 완도 특산물을 접목해 기존 막걸리보다 높은 가격과 다양한 소비 방식을 가진 상품으로 확장한 것이다.
현재 판매 비중은 막걸리가 상대적으로 높지만 프리미엄 전통주의 비중도 점차 커지고 있다. 배 대표 역시 향후 막걸리와 프리미엄 전통주의 판매 비중이 비슷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수상해도 팔 곳 없었던 지역 술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만으로 산업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었다.
유자텐이 전국대회에서 상을 받은 뒤에도 당시 탁주가 일반면허였기 때문에 온라인에서 제품을 적극적으로 판매하기 어려웠다. 품평회에서 이름을 알려도 소비자가 손쉽게 구매하기 힘든 구조였다.
결국 고금주조장은 탁주 면허를 지역특산주로 전환했다. 이후 스마트스토어와 전통주 전문 판매점, 온라인 플랫폼, 택배 등을 통해 판매처를 넓혔다. 완도에서는 직접 섬을 돌며 배달하지만 외지 소비자는 온라인을 통해 고금도의 술을 주문한다.
해외시장도 두드리고 있다.
‘장보고의 꿈’이라는 이름 자체가 장보고가 바다를 개척했던 것처럼 완도의 전통주를 넓은 세계에 알리겠다는 뜻에서 붙여졌다.
실제 수출 상담까지 진행했지만 소규모 양조장에는 가격과 물량이라는 벽이 높았다. 대부분을 수작업으로 생산하다 보니 수입업체가 요구하는 가격과 컨테이너 단위 물량을 맞추기 쉽지 않았다.
술·농산물·관광 하나로
고금주조장이 그리고 있는 다음 단계는 양조장을 지역 관광과 연결하는 것이다.
관광객이 술을 빚고 시음하며 완도의 농산물을 경험하고, 장기적으로는 머물 수 있는 공간까지 갖춘 체험형 양조장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고금도는 강진 마량과 약산, 신지 등을 연결하는 길목이지만 관광객 상당수는 섬을 지나쳐 간다. 류 대표는 양조장을 이들이 잠시라도 고금도에 머물게 만드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농산물을 술로 만들어 부가가치를 높이고, 온라인으로 소비자와 연결한 뒤 다시 관광객을 섬으로 끌어들이는 구조다.
고금주조장의 발효통에서 익는 것은 술뿐만이 아니다. 완도의 농업과 관광을 함께 묶는 섬 전통주의 새로운 산업 가능성도 함께 익어가고 있다.
기자 : 박성원 선임기자, 정승우 기자
출처 : 진일보 바로가기(https://www.jnilbo.com/news/articleView.html?idxno=90000057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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