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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어 지방소멸 시대, 완도가 만들어가는 ‘치유의 섬’
등록일 : 2026-03-10 작성자 : 서울센터 조회수 : 4
지방소멸 시대, 완도가 만들어가는 ‘치유의 섬’_2

완도군은 최근 행정안전부가 실시한 2026년 지방소멸대응기금 평가에서 ‘우수’ 등급을 받아 국비 120억 원을 확보했다. 군은 해양과 산림 자원을 연계한 ‘치유의 섬, 완도’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지방소멸 대응 전략을 본격 추진할 계획이다.


산림치유시설과 블루치유가든 조성, 청년 공공임대주택 건립, 노화~소안 연도교 건설 등 생활 기반을 확충하고 힐링패스와 치유 셔틀버스, 해양치유 프로그램 등을 운영해 체류형 생활 인구 확대를 도모할 계획이다.


표면적으로 보면 해양치유 산업을 중심으로 한 지역개발 프로젝트처럼 보인다. 그러나 조금 더 넓은 시야에서 바라보면 이 정책은 ‘지방소멸’이라는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지역 전략의 한 단면이기도 하다.


한국의 인구 구조는 이미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한국은 OECD 국가 가운데 합계출산율이 1 이하로 떨어진 유일한 국가이며, 출생아 감소와 함께 학령인구와 생산가능인구 역시 지속적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동시에 고령 인구 비중은 빠르게 증가해 초고령사회 진입이 현실화되고 있다.


여기에 수도권 집중이라는 또 다른 구조적 변화가 겹친다. 국토 면적의 약 12%에 불과한 수도권에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이 집중되어 있으며, 주요 기업 역시 수도권에 몰려 있다. 이러한 구조는 지방 도시들이 단순한 인구 감소를 넘어 산업과 경제 기반까지 동시에 약화되는 상황에 놓여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비수도권 지방자치단체들이 체감하는 위기의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경제인협회가 비수도권 지자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인구감소와 지방소멸의 가장 큰 원인으로 ‘산업과 일자리 부족’이 44.2%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주거환경, 의료·보건·돌봄, 교육 여건 등이 뒤를 이었다. 결국 사람들이 지역을 떠나는 이유는 단순한 인구 문제가 아니라 지역에서 살아갈 기반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의미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등장한 정책이 바로 지방소멸대응기금이다. 정부는 인구 감소 위험 지역을 지원하기 위해 전국 89개 인구감소지역과 18개 관심지역을 지정하고 재정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지방소멸대응기금은 단순한 재정 지원 사업이라기보다 지역이 스스로 인구 전략을 설계하도록 유도하는 정책 장치에 가깝다.

완도군이 이번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것도 단순한 시설 확충 계획이 아니라 해양치유 산업을 중심으로 생활 인구 확대와 정주 여건 개선을 동시에 설계했다는 점이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다.

최근 지방 정책에서 중요하게 등장하는 개념은 ‘정주 인구’가 아니라 ‘생활 인구’다. 주민등록 인구뿐 아니라 관광, 휴양, 통근, 업무, 교류 등의 목적으로 일정 기간 지역에 체류하는 사람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다. 인구 감소 시대에는 주민등록 인구를 늘리는 정책보다 지역에 머무르는 사람을 늘리는 전략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치유 산업’은 새로운 지역 전략으로 떠오르고 있다. 자연환경을 활용한 치유 활동은 단순 관광을 넘어 건강, 휴식, 재활을 결합한 산업으로 확장되고 있다.

산림치유와 치유농업 연구에 따르면 자연환경 기반 치유 활동은 스트레스 완화와 심리적 안정, 사회적 관계 회복에 긍정적인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국민 정신건강 조사에서도 많은 국민들이 스트레스와 우울감 등 정신적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자연 기반 치유 프로그램에 대한 수요 역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해양치유 산업에도 그대로 이어진다. 해양치유는 바다와 해풍, 해수, 해양기후, 해조류 등 해양 자원을 활용해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증진하는 활동을 의미한다. 유럽에서는 이미 의료·휴양·관광을 결합한 산업으로 발전해 왔으며 우리나라 역시 최근 해양치유 정책을 본격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완도, 태안, 고성, 울진 등 4개 지역을 중심으로 해양치유센터가 조성되고 있으며 완도는 스포츠 재활형 프로그램, 태안은 레저 복합형 모델, 고성은 기업 연계형 프로그램, 울진은 중장기 체류형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해양치유 산업을 발전시키고 있다.

여기에 더해 인천 강화와 제주 성산읍에서도 해양치유센터 조성이 추진되고 있다. 두 지역 모두 2028년 완공을 목표로 사업이 진행되고 있으며 해양치유 산업 거점이 전국적으로 확대되는 흐름을 보여준다.

완도가 선택한 ‘치유의 섬’ 전략 역시 이러한 흐름 속에서 이해할 수 있다. 완도군은 해양치유센터를 중심으로 해양기후와 해조류, 해양자원을 활용한 다양한 치유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특히 오는 4월부터는 생활 인구 확대와 치유 효과 검증을 목표로 ‘장기 체류형 해양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바다와 숲, 섬 등 완도 전역의 자연환경을 하나의 치유 공간으로 활용해 해양치유와 해양기후치유, 산림치유, 섬 투어, 해양 활동, 치유 식단 체험 등을 결합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일정은 1박 2일부터 최대 5박 6일까지로 구성되며 단순 관광 일정이 아니라 신체적·심리적 회복의 흐름에 맞춘 치유 프로그램으로 설계됐다. 맨발 걷기와 캠핑 리트릿, 번아웃 극복 프로그램 등 자연환경을 활용한 다양한 콘텐츠도 함께 운영된다.

또한 참가자들 건강 상태와 심리 지표, 생체 데이터를 프로그램 전후로 측정해 치유 효과를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향후 표준화된 운영 모델을 구축할 계획이다. 이러한 시도는 단순한 관광 프로그램을 넘어 해양치유 산업의 가능성을 검증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물론 이러한 정책이 단기간에 인구 구조를 바꾸기는 쉽지 않다. 관광 인프라 확충만으로 인구 감소를 막기 어렵다는 지적도 여전히 존재한다. 결국 지역에 사람이 머무르게 만드는 핵심 요소는 안정적인 일자리와 생활 환경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도의 ‘치유의 섬’ 전략이 의미를 갖는 이유는 분명하다. 관광과 산업, 생활 정책을 하나의 방향으로 묶어 지역 미래 구조를 설계하려는 시도이기 때문이다.

지방소멸 대응의 핵심은 단순히 인구 숫자를 늘리는 데 있지 않다. 사람의 삶이 지역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설계하는 데 있다. 방문객을 늘리는 정책에서 머무르는 시간을 늘리는 정책으로, 그리고 머무르는 사람이 다시 돌아오게 만드는 정책으로 전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지방소멸 시대, 완도가 만들어가는 ‘치유의 섬’ 전략은 그 변화의 한 장면일지 모른다. 자연과 산업, 사람의 삶을 연결하는 이 시도가 지역의 새로운 가능성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해볼 일이다.



기자 : 임세희 기자

출처 : 더페어 바로가기(https://www.thefair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707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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