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촌한 청년들이 전남 강진군에서 마련한 자신의 집 앞에서 지난 14일과 15일에 각각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임고은 셰프, 이상준·천진주 부부, 김시온 목수.
농촌을 떠나 도시로 인구가 몰리는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방자치단체들은 농촌 공동화를 막으려고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아직 효과는 미미하다.
최근 전남 강진군에선 ‘빈집 재임대’라는 색다른 사업을 펼치고 있다. 귀농·귀촌의 최대 문턱인 주거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취지다. 빈집을 군청에서 수리해 귀촌한 이들에게 월 1만원에 재임대한다.
5~7년의 임대 기간이 지나면 원래 주인에게 돌려준다. 빈집 처리가 곤란한 집주인들은 임대 기간 후 리모델링을 끝낸 새집을 얻고, 청년들도 손쉽게 농촌에 자리 잡는 ‘일석이조’ 효과를 얻는 방식이다.
7년차 목수 김시온(30)씨는 20대에 전국을 돌아다니며 목조주택, 한옥 건설 등의 현장에서 일하다가 먼저 귀촌한 아버지를 따라 3년 전에 강진으로 왔다. 김씨는 도시 청년이 지방 자원을 활용해 사업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돕는 ‘넥스트로컬 프로그램’을 이용해 목수로 일하는 중이다. 빈 창고에서 창업해 올해 7월에 개인 공방인 ‘하이홉스’를 직접 설계하고 지었다. 그는 “고단하다고 말하는 목수이지만 나무에서 가구를 만드는 성취감 덕분에 지치지 않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파스타 집을 운영하는 임고은(35)씨는 피클 사업으로 강진에 발을 붙였다. 강진 특산품인 여주를 이용해 피클을 만들다가 1만원 주택에 선정됐고, 이제는 결혼을 앞두고 있다. 임씨는 피클을 비롯해 코끼리 마늘 오일, 잼, 감즙 초콜릿 등 강진 특산품 알리기에 분주하다.
이상준(38)씨는 강진에서 2주 살기 프로그램에 참여한 천진주(34)씨를 만나 시골집을 리모델링하면서 뿌리를 내리게 됐다. 이씨는 지역 특산품인 커피콩과 수제 맥주를 판매할 공간이 필요하다고 느껴 카페 창업을 지원받았다. 곧 지어질 양조장의 도움을 받아 지역 맥주 홍보에도 힘쓸 예정이다. 이씨와 천씨 부부는 “주거뿐만 아니라 돈벌이가 될 생계유지 사업 지원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빈집 활용은 청년층의 정착에 톡톡한 역할을 하고 있다. 강진군의 올해 1분기 지역 내 거주자 출산비율은 75%에 이른다. 박성진 강진군청 홍보팀 주무관은 “귀촌 인구가 늘어나 다음 세대에 경험을 전수하는 선순환 구조와 정책적 도움이 있다면, 농촌이 청년들의 꿈을 피워줄 것”이라고 19일 말했다.
기자 : 윤웅출처 : 국민일보 https://www.kmib.co.kr/article/view.asp?arcid=1731922737&code=11131100&cp=n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