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고흥군 친환경농업팀 관계자들이 콘크리트 블록 논두렁 조성지를 방문해 농가와 편의성·효과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위). 콘크리트 블록(아래).
전국 최초로 시범사업 나서 제초작업 등 관리 부담 덜어
농가 “노동력 절감 등 기대”
벼농사는 기계화율이 90%를 넘을 정도로 농사짓기가 편해졌지만, 여전히 ‘난공불락’인 지점이 있다. 관리에 많은 노동력이 필요한 논두렁이 그곳이다. 친환경농가라면 농약도 칠 수 없으니 좁디좁은 논두렁에서 예취기를 들고 제초작업에 나서야 한다. 이런 농가 사정을 고려해 전국에서 처음으로 ‘논두렁 콘크리트 블록 조성 시범사업’에 나선 지방자치단체가 있어 시선을 끈다.
전남 고흥군(군수 송귀근)은 4월부터 지금까지 3230m에 이르는 논두렁에 콘크리트 블록을 설치했다. 1m당 4만원의 비용이 드는데, 이 가운데 군이 절반을 지원했다. 블록의 생김새는 위 너비 27㎝, 아래 너비 45㎝, 높이가 30㎝의 사다리꼴이다. 안쪽은 비어 있어 전체적으로 아치형을 연상케 한다.
콘크리트 블록 개발로 특허를 낸 서동칠씨(45)는 “블록의 텅 빈 공간이 이중창 역할을 해 물이 새는 것을 막고, 땅을 단단히 물고 있어 농기계에 부딪혀도 밀리지 않는 것이 핵심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참여농가의 반응은 뜨겁다. 노동력 절감은 물론 이동 편의, 병해충 관리 측면에서도 효과가 입증됐기 때문이다.
포두면 길두리에서 친환경벼농사를 짓는 최종길씨(46)는 “보통 연간 4~5회 논두렁 잡초를 제거해야 하는데, 이때 많은 인건비가 들어가는 것은 물론 숙련된 인부를 구하기도 어렵다”면서 “블록 논두렁으로 조성하고 나서는 제초작업을 할 필요가 없어 가장 큰 걱정이 사라진 셈”이라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같은 마을의 벼농가 김기영씨(43)도 “논두렁 보수비, 병해충 피해 등을 고려하면 블록이 장기적으로 이익이라고 판단했다”면서 “논 사이를 걸어다니기가 훨씬 수월한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라고 소개했다.
지역농협도 사업 활성화 지원에 발 벗고 나섰다. 조성문 흥양농협 조합장은 “블록 논두렁 조성 때 초기 비용이 다소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조합 차원에서 참여농가에 우대금리로 대출해주는 방안을 고심 중”이라고 밝혔다.
군은 시범사업이 마무리되는 대로 사업 확대를 검토 중이다. 송귀근 군수는 “하반기 신청 길이만도 1만7000m에 이를 정도로 농가 관심이 뜨겁다”면서 “더 많은 농가가 혜택을 볼 수 있도록 사업을 지속적으로 늘려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고흥=이문수 기자 leemoonsoo@nongmin.com출처 : 농민신문